🏡 2020 회고

2020년의 첫 글이자 마지막 글로 회고록을 작성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반성한다) 모든 사람에게 생활에 큰 변화를 안겨준 2020년을 끝내며 회고록을 작성한다.

🦠 코로나19, 그리고 재택근무

2020년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는 쉽사리 구할 수 없었다. 동네 약국에 들어오는 마스크는 새벽부터 입구에 줄을 서 계신 모든 분의 손에 들어가기에도 부족했다.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나서야 몇 장이나마 살 수 있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부족했는데, 미세먼지를 대비해 사둔 KF94 백여 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재택근무는 나와 배달의 민족을 천생연분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무렵, 회사에서 재택근무에 들어간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예상에 없던 일이라 급하게 리모트 근무 환경을 세팅했다. 처음에는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맥북프로에 회사 프로젝트 개발 환경 셋업으로 끝냈지만, 재택근무 기간은 계속해서 연장되어 의자도 바꾸고 모니터 암, 매직트랙패드 구매 등 본격적으로 개발 환경을 꾸몄다.
이후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다시 정상 출근을 했지만, 하루 천 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지금 다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 겪어본 재택근무는 장단점이 공존했다.

👨🏻‍💻 출근과 재택근무는 업무 능률에 차이가 없다

재택근무를 처음 진행할 때는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점차 적응한 뒤로는 회사로 출근을 했을 때와 다름없이 업무가 잘 진행되었다.
슬랙과 디스코드, 그리고 행아웃을 적절히 이용했다. 회의 중 캠의 사용 여부는 자율적이었다.
집의 모니터가 회사보다 작다는 것과 직접적으로 면대 면으로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다. (나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의 분위기, 표정, 바디랭귀지 등 간접 정보의 힘이 절대 작지 않다고 믿는다) 그래도 소통의 답답함은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딴짓하고 일을 안하지 않는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업무 스케줄에는 마감 기일이 있다. 마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자.

🛌 잠을 더 잘 수 있다

책상에 앉으면 바로 출근이라, 출퇴근에 소비되는 시간이 없다. 그만큼 더 잘 수 있다.
나는 재택근무가 진행되는 동안 출근을 할 때보다 한 시간 더 잠을 잤다. 정말 좋았다.

😣 퇴근을 해도 퇴근한 기분이 아니다

나는 이것이 재택근무의 큰 단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퇴근해도 퇴근한 기분이 나지 않는다.
문제는 업무를 보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같다는 것에서 온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을 때 일은 회사에서 진행하고 내 방은 온전히 놀고 쉬는 공간이다. 퇴근을 찍고 회사 문을 나오는 순간 일이 끝났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진행하며 내 방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퇴근해도 환경에 달라지는 변화가 없다. 머리로는 퇴근했다는 것을 알지만 심리적으로 퇴근을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루 8~9시간이나 앉아있던 책상은 더는 게임이나 개인 개발을 위해서라도 앉고 싶지 않다.

😶 약간의 고립감과 고독감

이건 내 직무(게임 서버 개발)와 관련되어 더 크게 느껴지는 문제일 수도 있다. 직무를 보며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새 피쳐를 개발을 시작할 때, 개발 중 문의, 의논 사항이 생길 때, 그리고 개발을 마치고 클라이언트 연동할 때이다. 개발 진행 중일 때는 대화를 나눌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업무시간 동안 사람 목소리 한 번 듣지 않을 때도 있다. 업무나 잡담 채팅을 치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고독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라디오나 라디오 계열 스트리밍을 켜두고 업무를 보거나 점심시간에 산책하며 사람 구경하고 돌아온다.

🍱 배달의 민족 천생연분

점심시간에 직접 요리하기보다 배달을 주문했다. 점심시간 1시간 이내 요리와 식사 그리고 설거지를 하기엔 정말 짧다. 그렇게 배달을 받아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배달의 민족 VIP 천생연분까지 달성했다. (생각보다 혜택이 별로 없더라. 1천 원 쿠폰 2개, 2천 원 쿠폰 1개)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했던 것과 다르게 매 끼니를 배달 주문해서 해결하다 보니 지출이 커졌다.

💵 더존 급여명세서 뷰어 제작

https://pay.rajephon.dev

회사에서 급여일마다 받는 급여명세서가 윈도우에서만 실행되며, macOS에서는 바로 열어볼 수 없어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하지만 크롬 웹 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이참에 공부할 겸 토이 프로젝트로 뷰어를 만들어보기로 하고 제작했다.
서버 없이 복화화 포함 모든 처리는 리액트 프론트엔드에서 동작한다.

다 만들고 배포까지 끝냈더니, 배포 다음 달부터 회사에서 급여명세서 솔루션을 바꿔 사용할 일이 없어졌다.

🎼 yoko.so 사이트 제작

공부할 겸 진행하고 있는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겨 진척을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next.js 로 진행하겠다고 프로젝트를 다시 파버렸다. 이제는 더이상 갈아엎지 않고 쭉 진행할 예정이다. TypeScript + Next.js에 MySQL로 고정했다.

🚗 운전면허 취득

미루고 미루던 운전면허증을 드디어 땄다. 취업 전이나 고등학교 시절에 수능 끝나고 바로 따둘 걸 그랬다. 회사에 다니며 운전면허학원을 가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주말마다 쉬지 못하고 학원을 가야 하거나, 도로 주행을 할 때는 퇴근하자마자 바로 학원을 가서 심야가 되어 집에 왔다. 학원을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다 보니 강남에서 도로주행을 진행했다. 퇴근 시간이다 보니 1시간에 겨우 1~2번밖에 코스를 못 돌거나, 꽉 막힌 강남대로에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다 끝내고 나니 후련했다.

학자금대출 완제

학자금 대출을 드디어 다 갚았다. 처음에는 조금씩 천천히 갚아나갈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율이 높았다. 특히 2010년도 대출의 5.7%는 너무했다. 심지어 복리다. 급여가 들어올 때마다 바로바로 상환했다. 처음 상환을 시작할 무렵에는 언제 다 갚을지 막막했지만 꾸준하게 갚고, 한국장학재단 앱에서 대출 잔액 정보의 전부 ‘완제’가 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다.

2021년은?

•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자. Rust를 생각하고 있다.
• 요코소 개발을 끝내자. 진짜 최종 Final
• 영어 공부. 따로 말이 필요 없다.
•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 밀린 책들을 읽자.
• 운동. 잘하다가 코로나가 심해져 헬스장이 막힌 뒤로 같이 멈춰버렸다. 2021년에는 다시 운동을 시작하자.

마무리

2020년은 정말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한 해였다. 그래도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견문을 넓힌 한 해였다.
백신 보급을 보면 2021년 가을, 겨울은 넘어야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까 싶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